플루티스트 조성현 '부지런한 한국 나들이'

올여름, 쾰른 필하모닉 수석의 한국 무대 공략이 시작된다

1827년 창단한 쾰른 필하모닉의 로고는 독특하다. 현대식 극장인 귀르체니히의 반원형 무대를 조감한 로고에는 13세기에 착공하여 19세기에 완공한 쾰른 대성당의 두 첨탑이 새겨져 있다. 전통과 현대의 상생이다. 마르쿠스 슈텐츠(2003~2014)에 이어 2015년부터 쾰른 필을 맡고 있는 프랑수와 자비에 로트 역시 17세기부터 현대음악까지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몸소 실천 중이다. 그는 쾰른 필의 카펠마이스터와 쾰른 오페라의 수석지휘자 임무를 포괄하는 쾰른시 총괄음악감독이기도 하다. 조성현은 작년 5월부터 쾰른 필의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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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때,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이틀에 걸쳐 5차로 진행됐다. 내가 응시하던 해에 새 제도가 생겼는데 지휘자, 단원과 함께 리허설을 직접 하는 것이었다. 연주 외에 지휘자의 요구를 수석으로써 어떻게 받아들이고, 파트를 어떻게 이끄는지 자세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1분 내외의 플루트 파트를 연주해 당락이 결정되는 시험보다 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부분 악단의 입단시험은 비슷하다. 그점에서 쾰른 필은 상당히 앞서고 있다.”   


조성현은 베를린 필의 카라얀아카데미에 수료 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부수석으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고 비스바덴오페라의 부수석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쾰른으로 갔다.  
쾰른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가 맡고 있는 오케스트라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휘자 이전에 훌륭한 플루티스트이다. 예전부터 존경했고 알고 지내 왔다.”  

입단 후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쾰른 필은 쾰른 오퍼의 공연을 담당한다. 엄청난 양의 작품과 연주 횟수 속에서 나 역시 악단의 생리에 따라 오페라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교향곡이 주요 레퍼토리였던 과거의 악단 생활과 성악 중 가곡만 유독 좋아했던 나의 취향에서 보면 엄청난 변화다. 이탈리아오페라가 너무 좋다.”   


쾰른의 2017/2018 시즌은 끝났지만, 조성현만의 7·8월 한국 시즌에는 파란불이 들어왔다. 그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여러 연주에 참여하고, 8월에 리사이틀과 바이츠 퀸텟의 서울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번 리사이틀의 곡목은 바흐 삼부자의 무반주 독주곡, 파올로 타바리오네가 편곡한 ‘라 트라비아타’ 환상곡, 라이네케의 ‘운디네’다. 1부는 바로크와 솔로, 2부는 낭만기와 앙상블. 하노버에서 동문수학한 문재원이 2부의 피아노를 맡는다.    


바흐 ‘3부작’이 아니라, 바흐 ‘삼부자’의 작품을 연주한다. 각 음악가 별로 차이가 있을 텐데. 
“하나라는 핏줄이 무색할 만큼 각각의 개성을 지녔다. 바흐는 ‘이성’적이다. 청사진이 그려지고 명쾌하게 계산된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는 ‘낭만’적이고 선율이 살아 있다. 세 곡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는 비발디 같다. 정열적이고 리듬감이 살아 있다. 각 작품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이번 무대를 위한 숙제다.” 

바흐의 작품은 우드플루트로 연주되곤 한다. 본인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무재질은 확실히 다른 맛을 내긴하지만 모던악기에 더 익숙하다. 이번에는 메탈 재질의 플루트로 연주한다. 바로크적인 스타일이 잘 배어있다면 메탈재질로도 그 묘미를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쾰른 필도 모던악기로 바로크음악에 많이 접근한다.”  

바로크음악의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심플’이다. 과거에 카페 같은 곳에서 즉석으로 악보를 그리고 연주한 작품들이다. 심플한 탄생의 내력을 안다면 이 음악이 그렇게 복잡한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라 트라비아타’를 편곡한 환상곡을 택한 이유는 오페라를 주로 하는 쾰른 필의 영향 때문인가. 
“입단 후 처음 한 오페라가 ‘라 트라비아타’였다. 그 안에 너무나도 좋은 아리아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플루트의 변주곡 중에는 하나의 아리아를 여러 형태로 변주한 작품은 있어도 그 여러 아리아를 모두 담고 있는 변주곡은 없더라. 플루티스트인 파올로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자신이 지은 곡이 있다면 건네주었다. 한마디로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고, 연주하고픈 아리아들을 다 담은 환상곡이었다. 나온지 한 달도 안 된 따끈한 작품이다(웃음). 아시아 초연이다.” 


“무대에 단 한번도 올리지 않고 아껴두었다”는 ‘운디네’는 2012년 이탈리아 세베리노 가첼로니 콩쿠르에서 우승을 안겨준 곡이다. 이 콩쿠르로 그의 이름은 전세계에 퍼졌다. 조성현의 ‘운디네’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번 무대의 매력이다.  
조성현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무대는 바이츠 퀸텟 내한공연이다. 조성현을 비롯하여 김한(클라리넷·핀란드 방송교향악단), 리에 코야마(바순·도이치 캄머필), 리카르도 실바(호른·카셀오페라), 함경(오보에·핀란드 방송교향악단)으로 구성된 목관 5중주단이다. 2011년에 목관 4중주로만 구성했는데, 호른의 영입과 2015년 칼 닐센 실내악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그 활동을 본격화했다. 바이츠는 독일 고어로 나무를 뜻한다.   
목관 5중주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현악 4중주가 하나 됨을 지향한다면 목관 5중주는 각 연주자와 악기의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앙상블보단 ‘솔리스트들의 모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각자의 캐릭터를 죽이지 않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첫 막을 여는 단치(1763~1826)의 작품을 제외하고 리게티와 힌데미트의 5중주, 임동혁과 함께 6중주로 선보이는 슈미트와 풀랑크는 20세기의 작곡가다.  
2016년, 한국 데뷔 공연을 가졌다. 그때와 이번 공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2016년에는 목관 5중주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악기들의 매력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작품을 택했다.”  쾰른 필에서처럼 바이츠 퀸텟에게도 변화가 있다면. “모두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었다. 그래서 모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졌다. 하지만 모이면 이보다 행복한 낙원이 없다.”   

 

한국 주요 공연  
평창대관령음악제(7월 25일~8월 5일)/클럽 M ‘벨 에포크’(8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성남아트센터 마티네콘서트 ‘나무의 숨결’(8월 16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리사이틀(8월 1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바이츠 퀸텟&임동혁 ‘Giant Wave’(8월 14일 롯데콘서트홀)/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석조전 음악회’(8월 29일 덕수궁 석조전)

 

[출처] 객석 송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