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에 샛별' 함경 "RCO 나와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갑니다"

"제게는 오케스트라 순위나 명성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요. 제가 가진 소리를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돼 기쁘고 설렙니다."

함경(25)은 한국 오보에 역사에 새 획을 긋고 있는 연주자다. 한국인은 현악기에 비해 관악기를 상대적으로 못한다는 인식이 있던 시기부터 그는 세계 무대에서 가능성을 반짝이는 '오보에 샛별'이었다.

각종 국제콩쿠르를 휩쓴 그는 만 20세의 나이로 베를린 필하모닉 카라얀 아카데미에 뽑혀 2년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무대에 썼다. 2015년 이반 피셔가 이끄는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수석(잉글리시 호른), 2016년 독일 하노버 슈타츠오퍼 수석으로 임용된 데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세계 최정상급 악단인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제2오보에 정단원으로 임명되며 화제를 뿌렸다.

작년에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오보에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 없는 2위를 수상하며 연달아 승전고를 울렸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그는 "오는 9월부터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제2수석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며 새 소식을 알렸다. 그는 지난 5월 말 진행된 오디션을 통해 제2수석에 선발됐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은 유럽 명문 악단 중 한 곳으로 시벨리우스 등 북유럽 레퍼토리에 특히 강점을 보인다. 유카-페카 사라스테, 사카리 오라모 등 유명 지휘자들이 조련해온 악단이기도 하다. 현재는 한누 린투가 상임지휘자로 있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이 좋은 오케스트라인 건 사실이지만 RCO의 명성을 고려할 때 그의 선택에 다소 의아함이 생기기도 한다. RCO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을 제치고 2011년 음악전문지 '그라모폰' 선정 1위 오케스트라에 올랐을 정도로 세계 정상급 악단으로 손꼽힌다.

그는 그러나 "오케스트라 순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며 "수석 단원 소리에 많이 맞춰야 하는 제2오보에(평단원)보다 제소리를 더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제2수석 자리로 옮기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이직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 같은 결심은 한 것은 ARD 콩쿠르 직후다. "콩쿠르가 끝난 뒤 심사위원들에게서 한목소리로 들은 조언이 '제2오보에 자리를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다른 소리를 뒷받침하는 제2오보에 자리가 아닌 제소리를 낼 때가 됐다는 충고로 받아들였어요. 마침 오디션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죠."

마침 그와 함께 목관 앙상블 '바이츠 퀸텟'에서 활동 중인 클라리네티스트 김한도 비슷한 시기에 이 악단 오디션을 봐 클라리넷 부수석 자리에 임명됐다. 두 사람은 당분간 한집에 살면서 낯설고도 설레는 핀란드 생활을 함께 헤쳐나갈 예정이다.

함경은 음악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오보이스트 함일규 중앙대 교수, 어머니는 비올리스트 최정아 씨다. 형도 플루트를 전공했다. 피아노에도, 바이올린에도 흥미를 못 느끼던 함경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오보에를 처음 받아든 뒤 "이 악기가 내 악기"라는 걸 직감했다. 

그가 꼽는 오보에의 매력은 음색이다. "오보에는 테크닉을 현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악기도, 클라리넷처럼 아주 작은 소리까지 낼 수 있는 악기도 아녜요. 그러나 오케스트라의 다른 악기들을 부드럽게 뚫고 뻗어 나가는 성질이 있어요. 사람이 노래하는 소리와 비슷할 정도로 호소력이 짙어요."

그래서 그의 취미이자 특기는 오보에를 입술에 대고 부는 부분인 리드를 깎는 일이다. 나무마다 다른 소리를 내기 때문에 리드에 대한 욕심은 끝도 없다고 했다. 그가 이날 꺼내 보여준 리드통에도 수십 개의 리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한 50개 정도를 갖고 다녀요. 습도, 온도 등에 리드가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에 따라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나기 때문이죠. 공연 때마다 다른 리드를 쓰고 한 공연 중에도 곡에 따라 리드를 바꾸기도 해요."

그는 오는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오보에 음색을 들려줄 예정이다. 목관 앙상블 '바이츠 퀸텟'과 함께다. 이들은 피아노와 목관 오중주를 위한 풀랑크 6중주, 레오 슈미트 6중주 등을 연주한다. 

"한번 반짝하는 음악가가 아니라 오래 무대에 서는 연주자가 되는 게 제 오래된 꿈입니다. 세월과 어우러져 더 깊고 풍부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출처] 연합뉴스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