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젊지만…시간을 초월한 클래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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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대관령음악제는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2004년에 시작됐다. 올해 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끝났으니 음악제도 분기점을 맞이한 셈이다. 존폐 기로에 선 음악제의 선택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바로 서른세 살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강효, 정경화·정명화에 이은 3대 예술감독에 임명한 것. 

그런 의미에서 `평창대관령음악제 최연소 예술감독 손열음의 젊은 리더십`을 다루고 싶어 인터뷰를 제안했다.하지만 그는 "너무 `젊다`는 점만 부각되는 것 같다"며 고사했다. 설득 끝에 최근 만난 손열음 예술감독은 "클래식 음악은 영원한(timeless), 시간을 넘나드는 장르"라며 "`젊다`는 단어와 내가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은 조응하지 않았다. 그 단어에 갇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젊음이 멈추지 않는 성장과 그에 대한 조급함을 의미한다면, 이번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분명 젊지 않다. 오히려 14년 동안 바쁘게 성장해온 음악제에 손열음은 쉼표를 찍었다. 25일부터 열리는 올해 페스티벌 주제는 `멈추어 묻다`이다. 손 예술감독은 "바쁘게만 돌아가는 요즘 클래식 음악이 던지는 근원적 질문에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단기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페스티벌의 미래를 고심한 행보가 곳곳에서 보인다. 유명 아티스트보다는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신예 스타들을, 대중적인 레퍼토리 대신 초연 무대를 많이 선보인다. 이번 음악제 기간 연주되는 52곡 중 46곡은 지난 14년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단 한 번도 연주된 적이 없다. 

손 감독이 가장 보고 싶은 무대로 꼽은 `거울의 방(glass effect)`은 하피스트 라비니아 메이어르의 독주회다. 여기서 `glass`는 거울이자 작곡가 필립 글래스를 뜻한다. "사실 필립 글래스는 한국 관객들에게 낯선 작곡가이고 하프란 악기도 대중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꼭 페스티벌에서 선보여야겠다고 생각했죠. 티켓을 팔고 흥행시켜야 하는 서울 공연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무대거든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새로운 음악의 `실험실`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또 27일 `네 멋대로 해라` 공연은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관객들이 주제를 던지면 즉석에서 음악을 뽑아내는, 보기 드문 즉흥 연주 무대다. 

손 감독은 특히 이번 행사에서 출범하는 평창대관령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제가 섭외하고 또 그렇게 섭외된 연주자들이 자신과 합이 잘 맞는 분들을 다시 섭외하는 과정으로, 그물처럼 촘촘하게 짜인 오케스트라가 완성됐습니다. 목관은 `어떻게 이렇게 모았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신합니다." 

`끝은 어디?` `한, 여름밤의 꿈` `멈추어라, 너는 아름답구나` 등 시적인 공연 이름이 눈길을 끈다.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연재로 글솜씨를 보여줬던 손 감독이 직접 붙였다. 그는 학생 시절 토마스 만과 괴테 등 독일 고전을 즐겨 읽었다. `멈추어라, 너는 아름답구나`는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의 마지막 대사에서 따왔다. "파우스트가 마지막에 외치잖아요.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으니 이제 나는 지옥으로 떨어져도 좋다. 음악이 주는 기쁨을 이보다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가 있을까요." 손 감독은 이번 음악제 프로그램북의 반 이상을 직접 썼다. 이토록 애정을 쏟고 있지만 미련은 없다. "내일이라도 그만둘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누구도 아닌 예술가입니다. 만약 감독직이 연주 활동을 하는 데 피해를 준다면 바로 그만둘 겁니다.


"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직에 이어 최근에는 부소니 콩쿠르 예선 심사위원으로, 또 한 공중파 방송의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됐다. 새로운 도전에 물러서지는 않지만 늘 무대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오는 10월에는 독주회 `아마데우스`로 예술의전당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무대는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충격입니다. 그곳에 서면 천국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바로 아래인 연옥까지는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처] 매일경제 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