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으로 젊은 예술감독… 손열음 “연주자엔 기획력도 필요”

평창대관령음악제(대관령음악제)는 2004년부터 조용한 대관령 골짜기를 매년 음악으로 가득 채워왔다.

1대 예술감독은 바이올리니스트 강효(73)였고, 2대 예술감독은 정명화(74)ㆍ정경화(70) 자매였다. 이름의 묵직함과 더불어 연륜이 예술감독의 자격처럼 보였다. 하지만 3대 예술감독으로 위촉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다르다. 32세. 전임 예술감독들 연령에 반에도 못 미치는 나이다. ‘파격’이라는 반응이 잇따르는 이유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데, 정작 손열음은 차분했다. 20일 오후 예술감독 위촉식을 마친 직후 전화로 만난 그는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음악으로 귀결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음악회를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려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열음은 2016년 6월부터 대관령음악제 부예술감독을 맡아왔다.

연주력에 집중하는 피아니스트는 예술감독이라는 직함과 거리가 멀어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열음은 예외다. 대관령음악제의 클래식 프로그램을 정명화ㆍ정경화 전 예술감독과 함께 기획했다. 2015년 발간한 자신의 에세이집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를 바탕으로 지난해 공연 ‘손열음의 음악편지’를 이끌기도 했다. 롯데콘서트홀의 제안을 받아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연주자를 섭외해 네 차례 관객과 만났다. 손열음은 “운이 좋아 공연을 했던 것”이라면서도 “연주자에게도 기획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독주회의 경우 기악 연주자들은 음악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본인이 결정하니까요. 절반 정도는 기획자이기도 하죠. 음악제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손열음은 연주자로서 2011년부터 대관령음악제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음악제가 출범했을 때부터 음악제와 인연을 맺었다. 그가 강원 원주시 출신이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관객으로 음악제를 보면서 감회가 남달랐어요. 인구수도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적고 도내에 문화 향유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던 강원도가 이 음악제가 생기면서 완전히 달라졌으니까요.”

대관령음악제는 애초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매년 여름 열린 음악제는 10여년이 지나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 2016년부터는 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평창겨울음악제도 열었다. 태생적으로 올림픽과 한 묶음이었으니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음악제도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수 년 전부터 나왔다. 손열음은 “올림픽 없이도 음악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국격을 상징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정명화 전 예술감독도 “세계적 반열에 오른 음악제를 올림픽 후에도 가꿔가는 게 음악인들의 책임이고 긍지”라고 말한 바 있다. 

젊은 예술감독은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마음이 크다. 2012년 평창군 알펜시아에 뮤직텐트 공연장이 생기면서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가능해졌지만 대관령음악제는 실내악 위주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남아있다. 손열음은 “지난해 여름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단이 내한했는데 이런 대규모 공연도 많이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음악제를 위해 한시적으로 구성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더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무용, 문학, 미술 등 다른 예술 장르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손열음이 신임 예술감독으로서 관객들에게 전하는 말은 “음악과 쉬다 간다는 느낌으로 대관령음악제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으로도 여전히 바쁘다. 21일 독일 집으로 돌아간 손열음은 불가리아와 폴란드 영국, 미국 투어 공연 등으로 두 달을 꽉 채운 뒤 5월 한국에서 올해 대관령음악제의 구체적 프로그램을 공개할 예정이다.

 

[출처] 한국일보 양진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