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이스트 함경 “배우는 기쁨으로 매일이 충만”

해외 전화번호를 입력하자 모바일 메신저 친구 목록에 오보이스트 함경(25)의 이름이 새로 떴다. 프로필 사진 속 그는 스탠드 맡에서 고독하게 리드를 다듬고 있었다. 소개 글도 ‘리드 깎는 중, 방해하지 마세요’. 오보에 소리를 좌우하는 리드를 대하는 태도에서 음악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오늘요? 일요일이라 교회 갔다가 정기 연주회에 올릴 곡 연습하고 리드 깎다가 다시 독주회 연습…. 단조롭지만 지금은 이런 생활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아직 새내기니까요.”

29일 국내 독주회를 앞두고 12일 전화로 만난 그는 한국 오보에계에 한 획을 그었다.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로 데뷔한 뒤 서울예고 1학년 때 독일로 건너가 각종 콩쿠르를 휩쓸었다. 2016년에는 세계 최정상급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에 입단했고, 지난해에는 독일 ARD콩쿠르에서 우승(1위는 없는 2위)했다. 그런데도 그는 스스로를 ‘새내기’라고 표현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건 맞지만 이제 입단 2년차예요. 능숙한 선배들과 보조를 맞추려면 적어도 7, 8년은 고시생처럼 생활해야죠. 주 2회 정기연주회를 소화하려면 매달 최소 8, 9곡을 새로 익혀야 합니다. 여기에 독주회 연습까지 겹쳐 ‘커피 연명’하고 있습니다.(웃음)”

한계의 시험대에 오른 듯 아슬아슬한 요즘이지만 종종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온다. 시간이 부족해 머릿속으로 연주하는 법을 익혔고, 단원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한층 음악이 깊어짐을 느낀다. 그는 “몸은 힘들지만 매일이 배움으로 인한 환희의 연속”이라며 “진정한 프로의 세계에 들어선 기분”이라고 했다.  

함경은 음악인 가족을 뒀다. 아버지는 오보이스트 함일규 중앙대 교수, 어머니는 비올리스트 최정아 씨다. 형 함훈 씨도 플루트를 전공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흥미를 못 느끼던 그는 12세 때 오보에를 받아 든 뒤 운명적으로 자신의 악기임을 직감했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오보에를 불었다”던 연습벌레 소년은 10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상담을 해오는 후배들에게 조언할 때 ‘이보다 더 뿌듯할 수’가 없어요.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한국 오보에계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쑥스럽지만 저를 보면서 꿈을 키울 수도 있잖아요.” 


그는 “이번 독주회에서 앙드레 졸리베와 허버트 하월스 등의 곡을 연주한다”며 “유럽에서 발굴한 주옥같은 곡들을 한국 관객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출처] 동아일보 이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