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메신저' 손열음... 오차 없이 정교했던 그의 연주

지난 7일 일요일 늦은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가벼운 발걸음의 사람들이 콘서트홀로 속속 모여들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공연명은 <손열음의 아마데우스>.

손열음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오래전부터 모차르트를 꼽아왔고,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연주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니 관객의 표정에 기대와 들뜸이 없을 수 없었다. 손열음이 가장 좋아하고 잘 치는 모차르트를, 그것도 최고연주자상을 안겼던 협주곡 21번을 들려주는 자리니 말이다.

이날 공연에서 그와 호흡을 맞춘 건 지휘자 이규서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OES)'이었다. OES는 이날 프로그램의 첫 번째인 '디베르티멘토 2번 내림나장조 K.137'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이어 모차르트의 경쾌함과 잘 어울리는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손열음이 다음 곡을 위해 무대에 등장했다. 이날 객석에는 반가운 얼굴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피아니스트 지용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손열음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8번 다장조 K.246과 협주곡 21번 다장조 K.467을 연주했다. 이날 프로그램의 가장 마지막에 배치된 협주곡 21번은 관객의 몰입도로 보나, 박수소리로 보나 이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다.

협주곡 21번에서 손열음은 극도의 가벼움을 보여줬다. 앞서 4월에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간담회에서 그는 "21번은 조금이라도 무거워지면 공기 중으로 뜨려고 항상 노력해야 하는 곡이다. 간결함이 유지되지 않으면 재미가 없는 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손열음의 연주를 듣고 받은 인상은 가벼움도 가벼움이지만 '자연'같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몸을 완전히 이완하고 앉은 그는 자신의 손가락이 단지 건반 위를 스치게끔 했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 곡을 연주하고 있다는 행위가 부각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했다. 물이 자신을 의식하거나 주장하지 않고 완벽하게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완전무결함 때문에, 지상의 것이 아니라 천상의 것처럼 다가온다. 손열음은 이를 "천의무봉의 음악"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이날 공연에서 그는 천의무봉의 매무새를 단 1mm의 오차도 없이 정교하게 재단하는 재단사 같은 면모를 보였다. 조금의 넘침이 없이 딱 떨어지는 인상을 줬는데, 오직 그렇게 연주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날 협주곡 연주에서 손열음은 모차르트의 완벽한 천상의 세계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자처하는 듯했다. 손열음이라는 한 인간의 개성을 드러내기 보단 이미 완벽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구현하고 전달하려는 태도였다. 연주자의 역할이 없음으로써 그 역할이 가장 완벽해진 셈이다.

하지만 앙코르 때 손열음은 반전을 보였다. 자신의 개성을 확 드러낸 것이다. 첫 번째로 들려준 앙코르곡은 아르카디 볼로도스가 편곡한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이었는데 재즈를 연상시키는 자유분방한 리듬이 흥미로웠다. 손열음은 특유의 리듬감으로 자유자재로 연주했고 화려한 기교도 아낌없이 보여줬다. 관객들의 환호가 가장 크게 터진 연주였다. 곡의 끝맺음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관객도 있었다.

이번 <손열음의 아마데우스> 공연에는 부제가 있었는데, '네빌 마리너 경을 기리며'다. 지휘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네빌 마리너 경은 손열음과 함께 모차르트 음반 레코딩 중이던 지난 2016년 타계했다. 두 사람은 협주곡 21번과 8번을 함께 녹음할 예정이었는데 21번 하나를 녹음하고 네빌 마리너 경이 떠나게 된 것. 그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OST 녹음으로 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지휘자였다.

이날 협주곡 8번과 21번을 연주한 건 고 네빌 마리너 경을 추모하는 의미도 있었다. 또한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 손열음은 모차르트 피아노 4중주 1번, G minor 중 2악장을 선보였는데, 연주에 앞서 "네빌 마리너 경을 추모하기 위해 준비한 곡"이라고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마지막에 선보인 4중주는 개인적으로 이날 가장 인상 깊은 연주였다. 본 프로그램의 곡들이 천상의 분위기에 가까웠다면 마지막 앙코르 곡은 굉장히 인간적인 느낌을 뿜었다. 인간적인 비애가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스름한 희망도 배어있는 인간적 모차르트표 음악이었다.

이날 공연에서 손열음은 자신이 모차르트를 가장 좋아한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모차르트란 작곡가의 특징을 깊이 이해하고 정확히 표현해낸 듯했다.

손열음은 서울 외에도 원주, 부산, 광주, 천안 등에서 전국투어 공연을 이어간다.

[출처] 오마이뉴스 손화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