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이 연주한 거슈윈, 밴쿠버의 김연아가 떠올랐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시원하게 등 파인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센스 있는 선택이었다. 손열음은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협주곡 F장조의 협연자로 섰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무대인 셈이었다.

이 곡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여왕 김연아가 사용한 음악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파란색 의상을 입은 김연아 선수가 이 곡에 맞춰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후 금메달을 확정지었고 눈물을 흘렸다. 그때 피겨 퀸의 눈물을 잊을 수 없듯, 조지 거슈윈의 이 곡도 잊을 수 없다.

이 곡을 손열음의 연주로 듣는 건 의미 있는 우연처럼 보인다. '평창'이란 키워드로 김연아, 손열음을 연결할 수도 있기 때문. 김연아는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고, 손열음은 평창대관령음악제 부음악감독으로 활약했다. <모던 타임즈>란 이름의 음반을 발표하기도 한 손열음은 격변의 20세기 초 근대음악에 대한 관심도 많고,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자신 있고 편안한 해석으로 조지 거슈윈의 정신을 표현해냈다. 미코 프랑크는 몸을 돌려 손열음과 눈빛, 미소를 주고받으며 생동감 있는 하모니를 만들었다.

조지 거슈윈은 우아한 장난꾸러기 같다. 재즈와 클래식이 이보다 절묘하게 접목될 수 있을까. 재즈의 위트가 넘치는 가운데 클래식의 무게감을 잃지 않는다.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은 고전음악과 조금 다른 구성을 보인다. 활약이 미미하던 악기들이 전면에 나서기도 하고 처음 보는 악기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비브라폰 혹은 실로폰으로 보이는 악기와 피아노의 앙상블이 '귀엽다'는 인상마저 준다. 이러한 전복과 반전이야말로 근대음악의 활력과 유머를 보여주는 대목 아닐까. 엄격함을 덜어낸 자유분방한 리듬도 라디오 프랑스 필과 잘 어울렸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김연아의 밴쿠버 프리 연기를 다시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이전에는 '우아함'이 가장 먼저 다가왔다면, 지금은 '역동성'이 두드러지게 눈에 들어왔다. 김연아는 이 곡의 1악장과 3악장을 4분 분량으로 편집해 2009년~2010년 프리 프로그램으로 활용했다. 자유분방하게 약동하는 피아노 선율의 뉘앙스를 김연아가 얼마나 섬세하게 포착했는지, 얼마나 감각 있게 동작으로써 표현했는지 비로소 제대로 실감했다.

왜 김연아가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배경음악으로 택했는지, 이 곡을 통해 그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손열음과 라디오 프랑스 필의 협연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손열음은 앙코르곡으로 거슈윈의 프렐류드 1번을 스베틀린 루세브의 바이올린 협주로 선보이고 퇴장했다.

 

[출처] 오마이뉴스 손화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