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 '설원의 랩소디'


고향 원주시향과 ‘랩소디 인 블루’ 협연
정교한 타건과 내리꽃는 마무리 전율
“저, 완창 판소리 들으러 자주 가요
이자람과 협연요? 기회가 닿는다면!”
윤이상 인터루디엄 등 연주일정 빼곡
평창겨울음악제 객석점유 80% 넘겨

챙! 챙! 챙! 심벌즈와 함께 오케스트라 선율이 너울성 파도처럼 객석으로 밀려왔다. 협주곡이 대단원으로 치달을 때, 피아노는 아쉬운 듯 주제를 다시 한번 섬세하게 되짚어 갔다. 마침내 강력한 타건이 머리 위에서부터 수직으로 건반에 내리꽃혔다. 일순 정적. 침묵을 깬 환호와 박수. 클래식의 정교함과 재즈의 자유로움이 대관령 설원에서 ‘깊은 입맞춤’을 나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지휘자 김광현은 활짝 웃으며, 다소 격하게, 서로를 추어올렸다.

18일 손열음과 원주시립교향악단이 협연한 조지 거슈인의 <랩소디 인 블루>는 2회를 맞은 평창겨울음악제 프로그램이 고농도로 응축된 ‘순금 부분’이었다.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이자, 원주 출신 연주자와 원주 연주단체의 만남이었다. 이번 음악제 부음악감독인 손열음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만났다. 그는 클래식음악과 재즈의 협업을 제안했고, 클래식음악 가운데 재즈적 요소가 강한 굴다·거슈인·번스타인 같은 작곡가를 추천했으며, 젊은 피아노 듀오 엔더슨 앤 로를 직접 섭외했다.

“클래식과 재즈를 함께하는 건 이미 정해져 있었고, 너무 따로따로 하기보다 이번 축제를 하나가 되는 느낌으로 하자는 계획이었어요. 재즈와 클래식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니까요. 앤더슨 앤 로 정도는 제가 직접 관여했고요.” 클래식음악 연주자로는 매기 피네건, 앤더슨 앤 로, 임지영, 이상 엔더스, 이한나, 김상윤, 김규연 등이 참여했고 재즈 분야에선 메인 아티스트인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를 비롯해 대릴 존스, 진 코이, 밥 쉐퍼드, 웅산 등이 무대에 섰다.

손열음은 15일 개막공연에서 안숙선, 정명화와 함께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새롭게 선보였다. 사실 그는 판소리 팬이다.

“크로스오버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비빕밤도 좋아하지 않고.(웃음) 그런데 사랑가는 섬세하고 좋았어요. 시간 나면 국립극장 완창 판소리도 가요. 추임새를 넣는 자유롭고 신명나는 분위기, 해학적인 텍스트도 재미있고, 한사람 목소리로 다양한 걸 다 보여준다는 점은 한 대로 여러 소리를 만드는 피아노와 비슷해 공감대가 있어요.” 소리꾼 이자람과 협연 무대는 어떻냐고 물어보자 “기회가 닿는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지만 긍정적 반응이다.

그는 지난해 20세기 초반의 음악을 중심으로 한 음반 <모던 타임스>(데카)를 발매했다. 다음 앨범 일부는 녹음을 마친 상태다. “다음 음반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두 곡을 하기로 하고 작년 6월에 21번을 녹음했고 한 곡은 못 했어요. 발매 일정과 레이블은 아직 미정입니다.”

앞으로 연주일정이 빼곡하다. 다음달 28일부터 통영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정명화, 신지아와 함께 평창겨울올림픽과 관련한 ‘뮤직 프롬 평창’ 공연에 나선다. “통영에서 (탄생 100돌을 맞은) 윤이상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곡으로 꼽히는 ‘인터루디움 에이(A)’(1982)를 연주합니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4~12월 4차례에 걸쳐 기획공연 ‘손열음의 음악 편지’도 예정돼 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부터 트로트까지 폭넓게 담았다. “책 이름에서 따왔고 아이디어는 롯데 쪽에서 냈어요. 물론 세부 프로그램은 제가 짰고요.”

평창겨울음악제는 15~19일 닷새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굴다의 ‘첼로와 관악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들려준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는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서정적으로 객석의 심금을 울렸다. 신예 소프라노 매기 피네건은 매력적인 콜로라투라 창법으로 객석을 단박에 휘어잡았다. 콜로라투라 창법은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처럼 고도의 기교를 요구한다. 존 비즐리와 몽케스트라(텔로니어스 몽크 헌정밴드)는 공연마다 다양한 색채를 선보이며 재즈의 매력을 전달했다.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무대로, 이번 축제는 평균 객석 점유율 80%를 넘겼다.


[출처] 한겨레 손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