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로 가득찬 한여름의 밤

[본 리뷰는 독일 매거진 타게슈피겔에 올려진 프레드릭 한센의 글을 해석한 글입니다]

 

이 날의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이 왜 '항상' '같은' 음악을 원하는 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주었다. 괴테의 '파우스트' 중 한 구절을 빌리자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의 순간이었다.

11세기,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기 위해 독일의 젠다르멘 광장을 찾았던 금요일이 이런 모습 아니었을까.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 베를린 콘서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행복한 결합을 통해 11세기 당시와 같은 새롭고 놀라운 감동적인 대답을 찾았다.

손열음은 평소보다는 훨씬 더 느리게, 훨씬 더 섬세하게 연주하며 매우 신중하게 작품에 다가갔다. 그리고 베를린 콘서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초청 지휘자인 키타옌코는 협연 피아니스트의 그러한 내향적인 자세를 받아들이고 지휘봉의 주권으로 그녀를 진정한 음악가의 대열에 올리도록 준비했다.

화려함과 풍부함 속 현악기 연주자들의 소리가 첫 번째 악장에서 부드러운 동시에 울적하게 울렸고, 독주자의 연주가 아름답게 그것을 감싸 안았다. 손열음은 표면적으로 내는 소리를 포함한 모든 것을 바꿔놓았고 심지어 감상적인 감성으로 다가가려 했던 라흐마니노프의 성향까지도 바꾸어 놓은 듯 했다. 그녀는 라흐마니노프 2번에 이렇게 접근했다.

보름달로 가득찬 한여름의 밤을 비로소 맛보게 되었을 때, 매우 자연스럽고 수수했던 긴 악장이 때맞게 절정에 이르렀다. 로맨틱한 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속삭이는 소리가 에워싸여졌을 때 한국에서 온 음악가는 자신의 꿈들을 무대 위에 쏟아냈다. 키타옌코는 그녀가 마음을 울리는 감각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감동적인 자극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완벽히 이해했다. 또한 서로의 맥박과 호흡을 오케스트라에 전달하는 것을 해내고야 말았다.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온 연주는 바로 운명적인 시간을 경험하게 했다.

키타옌코는 러시아의 모든 교향곡이 기본적으로 피상적인 데다가 자극적이지만 동시에 우울한 분위기를 가진다는 것을 대변했다. 오케스트라가 한땀 한땀 만들어 아름답게 데리고 온 피치카토로 채워진, 즐거운 스케르초는 마치 평화로운 오아이스 같았다. 어둠으로 점철된 외로운 시간들 중, 아주 큰 장관(壯觀)이 언제나 화가 난 것처럼 들리는 절망의 한 격앙된 이야기 중에 걱정거리가 전혀 없게 만드는 오아시스. 스스로 좋은 모습으로 악한 연주를 만들면서 힘으로 씩씩하게 인상을 주고 싶어했던 것을 깨닫게 된 서정적인 나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출처] DER TAGESSPIEGEL Frederik Hanssen